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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3. 이민에 대한 고민 (종료)/캐나다 그 속에 퀘벡

21. 6월 - 나는 왜 갑자기 이사를 한 것인가!! 1탄

by make2nd 2012. 6. 1.

1. 5/19 토 (사건일지 1일) - 사건의 시작

오랜만에 난 쇼핑을 하기 위해서 다운타운으로 나왔다. 신발과 프랑스어를 지원하는 아주 저렴한 휴대폰 하나를

구입하고 영수증에 찍힌 숫자를 보며 영혼이 빠져나감을 느꼈다. 분명 처음에는 $50인데 계산을 모두 마치고 나니

$57이 되어 있었다. 세금이라니??? 한국에서 그런 건 듣지도 못했다고...

나는 직감적으로 퀘벡정부의 음모가 아닐까 생각을 했다. 음~ 오늘은 뭔가 느낌이 좋지 않군...

조심해야 할 하루가 될 것 같아!!!


그렇게 억울한 쇼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빨래를 시작했다...

빨래를 하기 위해서 빨래를 하는게 아니라 사진을 찍기 위해서 빨래를 하다니...

훗!! 나란 남자 블로그 하는 남자 ㅋㅋㅋㅋ

익숙한 손길로 세탁기에 빨래를 신나게 돌린 후 세탁물을 회수하기 위해 왔을 때 왠 동양인 할머니를 마주쳤다...

'처음 보는 분인데... 누구시지...'


난 가볍게 인사를 드리고 빨래를 걷기 시작했는데 그때 할머니께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물론 영어로...

"너는 누구니?"

"네! 저는 여기 사는 사람이에요."

"어디에 살어?"

"6호실에 삽니다."

"6호실?"

"네! 6호실에 제 홈스테이 주인하고 같이 살아요"

"6호실이라고? 온지 얼마나 됐니?"

"여기 온지 1달 됐고요. 공부하려고 왔어요."

"어느 나라 사람이니?"

"한국이요."

"아~ 나도 한국 사람이야. 한국말 할 수 있니?"

"네"



이럴수가!!! 이런 곳에서 한국 분을 만나다니... 게다가 한 건물... 굉장한 우연이네...ㅋㅋㅋ

우리는 한국말로 계속 대화를 이어 나갔다.

"왜 근데 6호에서 살어? 그 사람 굉장히 안 좋은 사람인데?"

"네???? 안 좋은 사람이라니요?"




나는 할머니께서 갑자기 무슨 이야기를 하시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 사람...거짓말도 잘하고 사기꾼에다가 방세가 2달치가 밀렸어. 전기세도 밀렸고. 나쁜 사람인데 왜 그 사람하고

같이 살고 있어?"

"제가 한국에서 인터넷으로 홈스테이를 찾았거든요. 그래서 여기로 오게 됐어요. 홈스테이 주인에 대해서 자세히

좀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그러면 일단 내가 우리집 전화번호를 줄게. 기다려봐."

"네!!"

"그리고 한국에 엄마가 아프다고 핑계를 대서라도 이사를 빨리 가도록 해. 다른 홈스테이 알아봐줄게."

"아~ 네 뭐...그렇게 해주시면 저야 좋죠.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번호를 받은 나는 방으로 되돌아 왔고 내일 연락하여 집으로 찾아가서 자세히 이야기를 듣는 걸로 하고

일단 헤어졌다. 그토록 친절한 완소흑형이 사기꾼이라는 사실을 난 금방 믿을 수가 없었다.




흑형의 트립카드에 빠진건가??? 이런 젝일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럴 순 없어~~~~~ 앙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사건 발생일은 지나갔다.




2. 5/20 일 (사건발생 2일) - 흑형과 대화

난 어제 할머니에게 들은 것이 사실인지 흑형에게 당당히 물어보..........................................................려고

했지만 소심해서 그럴수는 없었고 그냥 이웃을 이야기를 꺼내며 자연스레 이야기를 해 보았다.

흑형은 한 번 수다떨기 시작하면 묻지도 않는 것들을 계속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다.


"흑형, 나 어제 중국사람 봤는데 여기 아시아 사람 많이 사나봐? 건물 주인은 누구야?"

나의 질문은 매우 유효했다. 흑형은 역시 예상대로 묻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잔뜩해주면서 증언을 시작하였다.


흑형의 말은 이렇다.

- 이 건물은 이웃들이 서로 잘 알지는 않는다

- 나도 다른 건물에 친한 사람은 조금 있지만 여기 건물에서 친한 사람은 없다

- 이 건물 주인은 따로 살고 관리인이 있는데 2호실에 살고 있다

- 관리인은 나이든 할머니이다

- 입주인들과 할머니가 사이가 안 좋은데 할머니가 이웃들에 대한 거짓말을 많이 하시고 문제를 많이 일으키신다


나는 흑형의 말을 종합해보니 나는 어제 할머니께서 그런 이야기를 나에게 하신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할머니가 흑형 칭찬을 많이 했었는데 흑형이 뭔가 관리자 신분인 할머니와 오해가 있었고 그 뒤로

할머니께서 흑형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하고 다니시는 걸로 판단이 됐다. 생각보다 상황이 간단히 결론이 났다.

그리고 흑형의 말을 믿었던 결정적인 증언이 하나 있었다.


예전에 흑형이 할머니랑 사이가 가까울 때 할머니가 흑형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3층에 혼자사는 한 나이드신 노인분이 계신데 4년 전에 부인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런데 자신만 아는 사실인데 그 노인이 부인에게 독약을 먹여서 죽였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 노인분을 나도

오다가다가 마주친 적이 있는데 그럴꺼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친근한 인상의 분이였는데 부인을 죽였다니

말도 안되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고 할머니가 혼자 사신지 오래되어 적적하셔서 주위의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그런 과장된 거짓말을 하신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건물에 살인자가 살고 있고 흑형은 사기꾼이라니...


또 한 가지 할머니가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그렇게 다급히 나에게 이사를 권하던 분이 하루 종일 연락이

되질 않는다는 것 또한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난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할머니가 거짓말을 하신다고...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사건이 이렇게 미궁속으로 빠질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ㄷㄷㄷ




3. 5/21 월 (사건발생 3일) - 할머니와 대화

어제 그렇게 결론을 내고 나니 마음도 후련해지고 모든 것들이 평온해졌다. 그리고는 그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집에 돌아오는 길에 그 할머니가 산다는 2호실에 사람이 있는 것 같았다.

이미 결론은 확실하게 내렸지만 아무래도 좀 더 확실하게 사건을 마무리 짓기 위해 할머니와 접촉을 하기로 했다.


전화를 건 후 집에 계시는 걸 확인한 다음 난 2호실로 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시간은 대략 오후 3~4시쯤, 나는 거실에 앉아 이야기들 듣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방금까지 생각했던 흑형의 결백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아~ 대체 누구말이 맞는게냐.....




이 할머니도 약간 흑형하고 비슷한 과라 묻지도 않은 이야기들을 마구마구 나에게 쏟아내셨다.

그 이야기들을 모두 들은 후 나는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할머니의 말은 꽤나 충격적인 이야기들이였다.

- 흑형은 2달치 집세를 내지 않고 있다

- 전기세도 밀려있다

- 사생활이 매우 문란해서 부인이 3명에 아이는 20여명이 된다

- 거짓말을 밥먹듯이 한다

- 집세를 추징하기 위해 조치를 취해놓았


이렇게 흑형과 할머니 사이에 디스가 난무하는 사이에서(라임은 흑형이 더 쩔겠지??) 어쩔 수 없이 나는 나름대로의

빠른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흑형은 1달간 지내는 동안 나에게 너무 나도 친절하게 대해줬고 불편함 하나도 없이 지낼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하지만 할머니 말이 사실이여서 우리 흑형이 만약에 진짜로 집세를 밀렸다면 쫒겨나게 될지도 모르고 그럼 나도

갑자기 잘 곳이 없어진다. 홈스테이 비용을 날리는 것은 물론이고 말이다.


그런데 흑형이 말이 사실이라면 나에게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이라 그냥 계속 살아도 상관없다.

하지만 나는 현재 누구의 말이 진짜인지 가려낼 수 있는 객관적인 정보가 전혀 없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이건 미친짓이야... 난 여기서 빠져 나가야겠어..."




4. 5/22 화 (사건발생 4일) - 지인과의 상담

처음 할머니에게 흑형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지인과 바로 약속을 잡았었다.

그리하여 최근 바쁜일이 많아서 시간이 내기 좀 어려웠지만 그래도 그 와중에 시간을 내서 만나주려고 오는 도중에

데모하는 대학생들에게 길이 막혀 나를 갖다가 총 4시간을 기다리게 만든 황송하기 그지 없는 우리 지인님에게

굽신굽신대며 나의 전체적인 상황을 이야기하며 답답한 마음을 덜어내었다.

절대 4시간 기다렸다고 꼬장꼬장한거 아니다. -_ㅡ;;


나의 지인은 내 이야기를 다 들은 후 "그럼 집에서 나오면 되겠네..." 라는 아주 간단명료한 결론을 5분만에 나에게

하사하며 감동을 주었다.

참으로 감사한 일...............................이긴 개뿔 내가 그 결론에 도달하는데까지 얼마나 맘고생을 했는데.....ㅠㅠ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었다.

뭐 어쨌든 그 집에서 최대한 빨리 나와야 하는 상황이였는데 지인이 나에게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정보를 주었다.


내가 어제 할머니와 대화하는 중에 이런 이야기를 했었다.

흑형에게 집에 어머니가 아파서 가야한다는 거짓말은 너무 말도 안될 것 같다.

차라리 아는 지인이 갑자기 집을 추천해줘서 이사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하는게 훨씬 좋을 것 같고 그리고 나서

실제로는 펜션이나 호스텔에서 집을 구할 때까지 지내는 것이 좋겠다.

일단 이렇게 이야기를 꾸며냈는데 그 꾸며낸 이야기가 진짜 현실이 되버렸다. -_ㅡ;;


지인이 아는 사람 중에 급하게 한국으로 가는 사람이 있어서 그 쪽으로 이사를 가는게 어떻겠냐는 것이다.

자신이 오늘 전화해서 물어봐 주겠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지인의 등뒤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Angel Graphic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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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지인님!! 감사합니다...

천사가 하계에 미천한 이 소인을 만나러 강림하셨네...ㄷㄷㄷ 4시간 기다린 것 따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요...

그렇게 횡재를 하듯 이사갈 곳을 찾을 수 있었고 집을 렌트한 주인과 통화를 한 후 방을 보러 가기로 했다.




2탄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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