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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3. 이민에 대한 고민 (종료)/캐나다 그 속에 퀘벡

23. 6월 - 흑형과의 한 달을 추억하며...

by make2nd 2012. 6. 7.

지난 1개월간의 몬트리올 생활에서 함께 지냈던 흑형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에는 흑형과의

1개월간의 에피소드들을 짧게 짧게 소개하려고 한다.



1. 처음 공항에서의 만남

공항에서 만나기 전엔 사실 백인여성주부를 상상했었다. 그래서 공항에서 만나면 "하이!!", "만나서 반가워요!!"

이런 대화를 주고 받은 다음에 프렌치식 인사인 비쥬(Bisous)를 주고 받으며(으흐흐흐~~~ ㅋㅋㅋㅋㅋ) 집으로

이동하는 상상을 했었다.


당시 상황이 나는 홈스테이 주인의 얼굴을 모르고 홈스테이 주인이 날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였는데 뭔가 검은 물체가

나에게 다가와서는 "아 유 한순?" 이라고 하는 것이다. 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몰랐다. 나의 홈스테이 주인이 흑인 남성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지금도 기억하지만 왠지 모르게 이야기를 하면서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내가 힙합을 좋아해서 흑인들에 대한

거부감이 좀 덜했던 것도 있었겠지만 흑형의 말투는 정말 사람을 편안하게 느끼도록 하는 재주가 있었다.

그렇게 당황한 것도 잠시 이내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흑형..."

"응?"

"나 사실 홈스테이 주인이 흑인 남성인지 몰랐어!! 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ㅋㅋㅋㅋㅋㅋ"

"근데 실물이 상상한 것 보다는 낫네...ㅋㅋㅋㅋ"

"고마워~~ ㅋㅋㅋ"




2. 생활의 편안함

도착해서 나에게 온 첫 번째 걱정꺼리들이 있었는데 식사와 학원이였다. 초반에 학원을 찾아서 등록하는 것이 약간

쉽지 않았고, 끼니를 때우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그 와중에 내가 도착한 그 주말에 흑형이 토론토를 간다는 것이다.

흑형의 가족들이 토론토에 살고 있는데 1달에 한 번 찾아간다고 한다. 그게 하필이면 내가 도착한 그 주말인 것이다.

이 몬트리올에 날 남겨두고 그냥 가다니~~~ 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흑형이 떠나면서 이야기 했던 것이 있다. 자신의 친구가 이 집에 찾아올텐데 아마 나에게 전화를 할거라는 것이다.

나는 혼자 있는 것도 있는 거지만 그 친구가 오는게 꽤나 부담이 되는 것이다. 왜 오는지 물어봤었는데 그때 내가 조금

이해를 잘못해서 파이를 만들기 위해 온다는 것으로 이해를 했다. 하지만 내가 집에 없으면 굳이 오지는 않을거라는

것이다. 그리고 문 단속을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혼자 집에서 띵가띵가 인터넷도 하고 잠도 자고 그렇게 지내는데 정말로 흑형 친구한테 전화가 와 버렸다.

흐~~ 좀 있다가 온다고 하는데 오면 어뜩해 해~~ 부담되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데 왠일??? 


"하이!!!"
"하이!!!"
"난 흑형 친구야!!! 이거 파이인데 그냥 냉장고에 놓고 꺼내 먹으면 돼..."

"응? 근데 왠 파이야?"

"너 위해서 만들었어. 흑형이 부탁하고 갔어."

"진짜?? ㅋㅋㅋㅋㅋㅋ"

"응~ 나 간다"

"으엌ㅋㅋㅋㅋㅋ 알았어 ㅋㅋㅋ 잘가~~"




3. 학원과 도서실

학원을 찾는 것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혼자서 공부할 공간이 필요함을 느꼈다. 내가 쓰고 있는 방에서는

잠자고 컴퓨터를 하는 것엔 별로 무리가 없었지만 공부를 하기에는 책상도 없었고 부족함이 많았다. 그래서 검색을

하여 가장 가까운 도서실을 찾아가 보았는데 내가 생각한 공간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서 적절치가 않은 곳이였다.

그러던 중 흑형에게 도서실 이야기를 했다.


"흑형~ 도서실 오늘 가봤는데 어째 영 아니네...."

"그래? 나 일하는 병원에 도서실 있는데 물어볼게 잠시만!!!"

"엥??"

"지금 전화해보니까 너 이용할 수 있대. 언제부터 갈꺼야?"

"아 진짜??? 그럼 다음주부터 가지 뭐...."

"그래...그때 내가 병원 구경도 시켜줄게 ㅋㅋㅋㅋ"

"아!!! 고마워~~ ㅋㅋㅋㅋㅋㅋ"




4. 고마움의 표시

난 흑형에게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 처음에 토론토 갔다가 왔을 때 바디워셔를 선물로 주기도 해서 너무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사실 식사도 포함이 아니였는데 끼니고 챙겨주고 도서실도 알아봐주고 나의 편의를 정말로

여러가지로 봐 줘서 뭘 해줄까 고민을 좀 했다.

그러던 중에 주방에 설겆이를 한 뒤에 손을 닦을 수건이 없어서 수건을 사기로 했다.


달라라마에 가서 수건과 수건을 걸어 놓기 위해 부착식 프라스틱 걸이도 샀다. 비록 비싼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니 효과는 좋았다.


"흑형!! 내가 이런 걸 좀 샀는데 주방에 걸어놓을까? 혹시 싫어할까봐 아직 안 걸었어...."

"오~ 그래!!! 여기 싱크대 옆에다가 걸면 되겠다...."

"그래...ㅋㅋㅋㅋ"

"흑형!! 그리고 초콜릿(페레로로쉐) 먹어...ㅋㅋㅋㅋ"

"으엌ㅋㅋㅋㅋ 내 피부색이랑 비슷하네 ㅋㅋㅋ 알았어 하나만 먹을게 ㅋㅋㅋ"

"오키 ㅋㅋㅋㅋ"




5. 나의 디지털 카메라

처음 사진을 찍기 위해서 나가기 전에 문득 흑형에게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다.


"흑형!!!"

"응?"

"내 카메라가 색깔이 이건데 말이야!! 이거 게이 색깔이라던데 진짜야?"

"무슨 색인데? 으엌ㅋㅋㅋㅋㅋㅋ 피~~핑크? ㅋㅋㅋㅋㅋ"

"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게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한데... 누가 핑크색 물건을 갖고 있으면 주위에서 저 사람 게이다라고 하긴 하지..."

"으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핑크색 물건을 갖고 있다고 다 게이는 아니야....ㅋㅋㅋㅋㅋㅋㅋ 사람들도 알고 있어....ㅋㅋㅋㅋㅋ"

"아~~~ 글쿠나 ㅋㅋㅋㅋ 아니 나 예전에 필리핀 갔을 때 내 카메라 보고 무지하게 웃더라고....."

"괜찮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웃긴다 ㅋㅋㅋㅋㅋㅋ"

"암튼 알았어....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마워"




6. 의좋은 형제????

올드 몬트리올을 구경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침 아는 분과 같이 갔었던 중국식당이 가까이에 있었다. 저녁을

집에 가서 챙겨 먹기도 귀찮고 흑형도 외출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음식을 사서 포장을 했다. 내가 먹을 것을

사면서 흑형 줄 것까지 2개의 요리를 포장해서 집으로 되돌아 왔다.


사 갖고 온 음식을 맛있게 먹다보니 흑형도 집으로 되돌아 왔다. 저녁을 먹었는지 물어보니 흑형은 친구의 집에서

저녁을 먹은 듯 했다. 그런데 손에 뭘 들고 있어서 물어봤다.


"흑형... 근데 그건 뭐야?"

"아!!! 친구 부인이 오늘 요리를 좀 했는데 스파게티야..."

"그래서 좀 가지고 온거야?"

"응...내가 친구 좀 주게 싸달라고 했더니 무슨 친구냐고 물어보더라고....그래서 너라고 했지 ㅋㅋㅋㅋㅋ"

"으엌ㅋㅋㅋㅋㅋㅋ 나도 흑형 먹으라고 음식 사왔는데....ㅋㅋㅋㅋㅋ"

"아....중국음식??? ㅋㅋㅋㅋㅋ 괜찮은데.....ㅋㅋㅋㅋㅋ"

"흑형!! 뒀다가 내일 먹자....ㅋㅋㅋㅋ"

"그래....ㅋㅋㅋㅋㅋ"




7. 나는 유명인???

흑형이 또 토론토에 갈 날이 왔다. 가족들을 만나러 한 달에 한 번씩 가는데 이번에는 나에게 시간이 되냐고 물어왔다.

가족들에게 나를 소개시켜주기도 하고 토론토 구경하고 싶으면 하라고 제안을 한 것이다.

나는 흑형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는 것이 나의 영어실력 때문에 아직은 부담이 되서 거절을 했다.

영어실력이 아직 부족해서 조금 부담이 되고 주말에 할일도 조금 있어서 이번에는 집에 있고 다음에는 함께 가도록

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흑형이 나에게 한 말이 다소 놀라웠다.


"아~ 그래... 그럼 주말 잘 쉬도록 해!!!"

"응!! 알았어...."

"토론토에 가족들이 물어보더라고... 이번에는 너도 오냐고...."

"엉??? 나 오냐고 물어봤다고?"

"응...."

"가족들이 나의 존재를 알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응....내가 얘기해서 알지 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ㅋㅋㅋㅋㅋㅋ 대박~ ㅋㅋㅋㅋㅋ"

"가족들이 너 좀 궁금해해~~~~"

"알았어 ㅋㅋㅋㅋ 다음에는 꼭 시간낼게 그때 같이 가~~~ ㅋㅋㅋㅋ"

"그래....ㅋㅋㅋㅋㅋㅋ"




8. 흑형과의 이별

내가 우연이 겹치고 겹쳐 이사를 하게 됐을 때도 흑형은 좋은 모습 그대로였다.

이사를 갑자기 하게 되어서 미안하다고 이야기 하니 자신에게 미안해 할 필요없다고 말해주었었다. 나 또한 흑형과

괜시리 갑작스럽게 따로 살게 되어서 약간 유감스러웠다. 내가 한 달간 함께 지내면서 느낀 것이 하나 있었는데

흑형이 홈스테이를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흑형은 나와 대화를 하는 것을 꽤나 좋아했었는데 그게 이해가 되는게 혼자 오랜기간 지내게 되면 대화에 목마름을

느끼게 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홈스테이를 들이면 흑형도 혼자 지내는 것보다는 낫고 대화도 하고 돈도 벌고 여러므로

긍정적인 부분이 많이 발생한다.


이사하는 당일 날 흑형과 함께 나는 마지막 점심을 했다. 알고보니 집 근처에 엄청 유명한 국수집이 있는데 그것도

모르고 그 동안 한번도 안가봤다. 흑형에게 그 국수집 이야기를 하니 거기 엄청 유명하다면서 이미 알고 있었다.

흑형!!! 왜 나한테 얘기 안했어....-_ㅡ;;


흑형은 포크로 나는 현란한 젓가락질로 정말 맛있게 국수를 먹었다. 가게 주인이 베트남 이주민인데 완전 오리지날

베트남 스타일의 국수였다. 너무 맛있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나를 이사할 집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다. 안 그랬다면 아마 세 번은 왔다갔다 했어야 했는데

이사하는 마지막까지 정말 나를 편하게 해 주었다.


"흑형!! 그럼 잘 지내고 종종 집으로 놀러갈게..."

"얼마든지 놀러와...."

"앞으로 홈스테이 어떻게 할 생각이야?"

"너 같은 룸메이트 왔으면 좋겠어...."

"으엌ㅋㅋㅋㅋ 나도 너무 잘 지냈어.... 나한테 해준 모든 것에 대해서 감사해!!!"

"별말을~ ㅋㅋㅋ"

"흑형 잘지내!!! 안녕!!!"

"그래...잘 지내"




한 달간 몬트리올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돌봐준 흑형에게 이 글을 바칩니다....

흑형 좋은 룸메이트 또 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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